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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국내 포닥 연봉이 올라가려면 교수님 연봉이 올라야 한다고? 등록금도 같이?

by MutaWo 2022.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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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포스팅한 포닥 연봉 관련글이 네이버에서 검색이 가능해진 이후 하루에 50번 이상 검색이 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포스팅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 들어가 보세요!

 

 

포닥 연봉? 한줄로 알려드립니다(feat. 쁘걸)

앞에 포스팅에서 포닥때 연봉 이야기를 조금 썼더니 포닥 연봉으로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요즘 해외포닥 연봉이 어떤지 한번 찾아봤습니다.

plbiol22.tistory.com

국내 포닥 연봉은 누가 정하는거야?

이번 포스팅에는 왜 국내 포닥의 임금은 이 정도로 정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한 개인 의견임을 말씀 드립니다. 

저는 생명과학분야의 연구자입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이 바닥에 몸을 담았고 다른 사람들의 연봉을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개인적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최저 정도의 연봉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위를 시작 했을 때는 BK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등록금과 약간의 생활비를 지원 받았었는데 BK가 없을 때는 등록금도 내고 생활비 지원은 없는 대학원, 즉 자신의 돈을 때려 박고 대학원을 다니는 시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열정은 어디에서 나왔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이때 당시에는 대학원에 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학벌이 좋으신 분들이 짧은 기간 동안에 학위를 마치면 왠만하면 국가 연구 기관 혹은 교수로 임용이 가능한 시기였고, 이들의 연봉이 비교적 높고 안정적이고 사회적인 신망도 두터운 터라 투자 대비 성과가 좋은 방법이었을 것이라 추측됩니다. (물론 어려움이 많이 있었겠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아무튼 저의 경우는 BK의 지원을 받으며 대학원을 다녔고 학생 1인당 지원 액수도 증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무튼 졸업 이후 처음 포닥으로 월급을 받은 것은 월 200 이었습니다. (자세한 연도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신상이 털릴 수도 있으니까..)

BK 지원 포닥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경우에서건 월 200은 저희 학과에서 정해진 포닥 최소 월급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겼었습니다. "박사학위때 등록금 지원 받던 것 + 생활비 지원 받던 것 하면 월 200은 안되긴 하지만 얼마 차이 나지 않는 액수인걸??" 

지금은 박사 과정생이 월 130 받는 것으로 되어 있네요. 포닥은 300으로 되어 있고 이 액수가 표준 연봉이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처음 만져보는 큰 돈에 마냥 기쁘기만 했습니다. 

이후 해외에서 여러 해 포닥을 한 후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연구교수 포지션으로(이름만 연구교수지 포닥이나 마찬가지..)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는 암묵적인 포닥 최저 연봉이 3600이었습니다.

이유는 여러 포닥 지원 과제에서 월 300을 지원해 주었기 때문에 이 액수는 맞춰줘야 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이것 보다 적게 받는 포닥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처럼 애 둘 딸린 외벌이 가장의 경우 월 300으로는 저축은 커녕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매월 말일이 되면 와이프와 같이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ㅠㅠ 

이후에 와이프가 직장에 나가게 되면서부터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는데..

이때 연구자가 된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습니다. 왜냐? 내 젊음을 갈아서 이 정도 위치에 오게 되었는데(나름 실적도 나쁘지 않고 인정 받는 연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먹고 살지도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하냐?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생명과학 분야여서 학과 동기들이 취직이 조금 힘들기는 했었어도 그래도 취직한 애들은 지금 나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거기에 나는 동기들보다 공부도 잘했고 취직보다 연구가 좋아서 열심히 연구했고 나름 해외 포닥도 다녀오고 했는데.. 학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생계를 걱정해야 이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부자가 되려고 연구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손가락은 빨게하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BK는 왜? 월 300을 최소 월급으로 정했을까요?

아래 표는 국립대 교수의 월급입니다.  박사를 막 받은 경우에 10호봉이나 11호봉 정도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호봉 계산 방법은 조금 복잡한데.. 아무튼 11호봉이라 하면 290만원 입니다. 

포닥 300만원,  교수 290만원.... 이상하죠?

예, 저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포닥 300이상 줄 수 있을까요?

신임 교수가 포닥 구해서 월급 주려면 자기가 받는 것 보다 더 줘야합니다.  물론 교수는 호봉에 따라 월급이 올라가고 포닥을 안 올라가지 않냐고 하시면 할 말이 없지만 아무튼 사실이 이렇다는 것입니다. 

"교수들은 교연비 있지 않냐?" 고 하시면 맞습니다. 하지만 이건 누가 얼마나 받는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이렇다는 이야기 입니다.

국립대 교원 봉급표가 이렇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주는 과제의 인건비는 이렇게 책정 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교수는 이렇게 정해진 대로 290 받는데 교수도 못된 이제 갓 졸업한 포닥 월급을 400으로 할수는 없쟎아?"

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국립대 교수 월급이 이렇게 짜다고?

 

포닥 월급 더 받으려면 교수 월급을 올려줘야 해? 교수들 부자 아냐?

교수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매우 잘못되어 있습니다. 

1. 교수들은 학기 중에 강의 몇 개하고 방학에는 매일 놀던데 이 정도 받으면 많은 거 아냐?   

: 그런 교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건 놈팽이 같은 사람들은 있습니다. 이걸 가지고 일반화를 하면 안되지 않을까요? 제가 아는 생명공학 관련 학과의 교수들은 제시간에 퇴근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말하자면 매일이 야근입니다.

방학때는 놀까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자기 연구실에 연구원, 대학원생들을 여러 명 데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 사람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구멍가게 사장님과도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입니다. 1년 365일 연구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세계적인 연구 동향은 어떤지, 다른 연구자들이 나보다 더 먼저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는 않는지 매우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2. 교수들 매일 논문 표절이나 하고 연구비 횡령이나 하고.. 다들 이렇게 삥땅쳐서 부자되는거 아냐?

: 예 그런 교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우 소수니까 뉴스에 나오는거 아니겠습니까?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면 뉴스에서 다루겠습니까? 적어도 제가 아는 생명공학 관련 교수님들이 표절 시비가 결렸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저명한 국제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는 경우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연구비 횡령의 부분도 마찬가지 입니다. 국가 연구비의 경우 교수들은 잠재적인 도둑으로 생각하고 하나에서 열까지 구속을 해서 진짜 연구를 위해 사용하는 돈인데도 불구하고 돈을 못쓰는 일이 생길 정도로 매우 엄격하게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 놓고 조금만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제 연구 생활 중에서 제일 짜증 났던 것은 연구실에서 생수를 연구비로 구입해서 먹었다고 돈을 뱉어내라고 한 경우였습니다. 물론 연구를 위해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연구원들을 위해 사용한 것도 연구를 위해 사용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정도로 빡빡하게 관리하는데...) 횡령이니 어쩌니 하고.. 물론 정말 심각한 경우도 있겠지만요..

 

3. 정년 보장돼서 오랫동안 돈 벌 수 있는 직장인데 전체로 따지면 돈 많이 버는 거 아닌가?

: 아래 표를 보면 교수 초임 연령이 평균 42세 입니다. 저는 자연계니까 41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국립대 교수 정년이 65세니까 24-25년 정도 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래된 자료이기는 하지만 추세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면 지금은 더 높을 듯..ㄷㄷ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우리 주변에 20년 근속 사원 해외여행 보내주고 하는 회사 많이 있는데..

생각해 보면 일반적인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나온 경우 대기업 가기 힘들겠지만 제 생각에는 교수되는 것이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두 가지를 동등하게 놓는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의 경우는 군대 갔다 오고 어쩌고 해서 28세에 입사 했을 경우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50세 까지 다닌다고 해도 22년 다닐 수 있는 것입니다. 대기업 22년 vs 국립대 교수 24년 누가 돈을 더 많이 벌까요?   

아까 국립대 교수 초임 300 기억하시죠? 이런 상황에서 누가 학계에 남아서 후학을 양성하려고 할까요?

아래 그림의 링크를 따라 가시면 기사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의 연봉은 교연비 포함한 연봉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국립대가 이렇게 많이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https://www.sedaily.com/NewsView/1VOFOZ0P3A

포닥 월급이 궁금하다 했지 누가 교수 월급이 궁금하다 했어? 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교수가 포닥을 자기가 받는 월급보다 월급을 더 주고 싶겠습니까? 

또 한 가지는 포닥들의 최종 목적지는 교수일텐데.. 내가 저 자리 가면 지금보다 돈을 더 못 받는다고 하면 동력이 생길까요?

예, 맞습니다. 우리 포닥, 비정규 교원들은 사실 정규직 교원들과 한 배를 타고 있는 힘없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그럼 어디에 정규직 교원, 포닥, 비정규 교원 월급을 올려달라고 해야할까요?

 

대학 등록금 동결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 피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

2010년 전후로 부터 동결된 등록금을 지금까지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래는 물가상승률인데 단순히 더하기만 하더라고  2011년 부터 2020년 까지 15% 정도입니다.

1년에 1000만원의  등록금을 2010년에 받았다면 지금 2020년에 물가가 20% 상승했다고 하면 1200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10년간 약 15%의 물가 상승률, 복리효과를 따지면 이것보다 훨씬 높다 ㅠㅠ

대학교는 한달에 100만원인데... 입시학원하고 비교해 볼까요?

요즘 입시 학원 한 과목에 30만원은 받지 않나? 일주일에 세번 정도 가고 2시간 정도씩? 1주일에 6시간, 4주에 24시간..

24시간에 30만원으로 해보십시다. 시간당 1만 2500원 꼴이 되겠네요.

대학교는 한학기에 18학점 듣는다고 가정하면 1주일에 최소 18시간은 수업을 듣게 되는 것입니다. 4주면 72시간..

한학기는 16주이고 한학기 등록금이 500 정도로 하면 4주에 125만원 꼴이라는 이야기이고,  4주 24시간으로 계산하면 42만원 정도, 시간당 1만7500원이 나오는데..

대학교랑 동네 대학 입시 학원이랑 시간당 5000원 차이라니... 이게 말이 되나?

거기다가 요즘은 장학금 못 받는 애들도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대학은 땅파서 장사하나?

등록금이 과연 비쌀까? 라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 있을까? 정치적인 구호에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가? 등록금 인한 공약은 과연 지켜질 수 있는 것일까?

이러니 대학이 연구 개발에 필요한 돈을 만들 수가 있을까?

정규직 교원, 포닥, 비정규 교원 월급 올려줄 돈을 만들 수가 있을까?

누군가의 표를 위해 대학 구성원들은 물론이고 미래의 원동력이될 학생들까지도 사실은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대학 등록금 정상화 만이 우리 연구자들의 임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아주 강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교수님들 연봉도 오르고 거기에 맞춰서 포닥 연봉도 오르지 않겠습니까?

 

그 나랏님들, 우리나라에 자원이 있습니까? 뭐가 있습니까? 사람 밖에 없다고 항상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조선시대 사농공상 아직도 입니까? 우리는 아직까지 대장장이 취급 받고 있는겁니까? 대접이 이래서야 어디 열심히 일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대기업에서는 임금 올려달라고 난리쳐서 다 올려줬습니다. 나랏돈 받고 일 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연구원들 임금좀 올려주시면 안되겠습니까?

BK 연구원 최저 임금 400으로 올려 주십시요!! 국내 포닥 지원 사업 최저 인건비 400으로 올려 주십시요!! 그렇게 안하면 이런 지원 못받는 포닥들 300도 못받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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