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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코로나 확진자의 생활치료센터에서의 생활 [-4일~-3일차]

by MutaWo 2021.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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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어디서 온 것인가?

몹시도 추운 날이었다. 그날 따라 아침 기상때부터 몸이 오싹한 것이 추위를 방에서도 느낄 정도였다.

출근을 하고 평소처럼 일과를 보냈다. 코로나 이후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지만 오늘은 오후에 상사와 점심약속이 있어서 도시락을 싸오지 않았다. 

상사의 호출로 평소보다 이른 점심을 먹고 커피한잔을 하며 오늘 떡상한 주식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다. 커피숍에서 우연히 오랫만에 다른 부서 상사를 만나서 잠시 인사를 나누었다.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일상. 평소 가끔식 점심식사를 같이하던 사람들과 점심식사마저 뜸해진 파편화된 일상들...

세상에이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었는데 오랫만에 기지게를 펴는 기분이다. 

 

식사를 하고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도중 기침이 갑자기 나면서 콧속과 눈알이 뜨끈해지는 들었다. 전형적인 감기의 신호다. 평소에 감기는 잘 걸리지 않지만 걸리면 심하게 아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무실에 가져다 놓은 타이레놀을 먹었다. 1시간 정도면 약효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따뜻한 물을 한잔 마시고 업무를 다시 시작했다. 

 

1시간여가 다시 지났을때쯤 원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이건 예사 감기가 아니다. 타이레놀이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은 쉽지 않은 감기라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던 터였다. 이때 불현듯 저번주에 강남역에서 친구들과 이른 송년회라는 핑계를 만들어 술을 한잔 했던 것이 생각났다. 동시에 '코로나?'라는 단어가 머리속에 떠올랐다. 설마? 

강남역에 술집마다 손님이 넘쳐나서 술집 몇군데를 돌았었는데..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강남역발 코로나 소식을 들은 것이 없으니 나름 다들 주의하면서 사니까 그렇지 않을까? 그럼 나도 코로나에 걸릴일은 없겠지. ㅋ

 

집을 퇴근하는 길에 가장 가까운 곳의 선별진료소를 검색해 내비를 맞추고 차를 출발했다. 진료소에 도착하니 줄이 엄청게 길었다. "오늘 날도 존나 추운데, 열도 있는데.. 이거 줄서서 받아야 하나? 코로나 아니면 존나 억울한데.. " "아 무슨 주차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냐? 유료주차장 밖에 없는데.. 존나 킹 받네!" 여차어차 주차를 하고 선별진료소 긴줄의 맨뒤에 가서 섰다. 바람은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침에 두커운 거위털 패딩을 입고 나가라는 외이프 말에 집과 사무실을 자차로 왔다갔다 하는데 두꺼운 외투는 불편하다고 하고 얇은 패딩을 입고 나온 자신을 한탄하며 발을 동동 구르며 차례를 기다렸다. 30여분동안 기다렸나? 양식을 접수하는 테이블이 있는 곳에 도착했는데 그곳에 "유증상자는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으십시요" 라고 되어 있었다. 뭐? 난 유증상자야? 열이 쫌 있는 것 같은데? 다른데 가서 또 기다려야해? 우리동네가서 받을까? 거긴 줄이 안길지 않을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이왕 기다린거 여기서 받자. 몰라. 하는 심정으로 양식에 이름, 주민번호, 전화번호등을 기입하고 40여분은 더 기다려서 검체를 채취했다.

 

차를 운전해 오는 동안 오한에 몸이 덜덜 떨렸다. 홑겹의 얇은 패딩을 입고 1시간 넘게를 칼바람이 부는 음지에서 있었으니 멀쩡한 사람도 저체온증에 걸릴 지경이리라. 1시간여의 운전후 집에 도착해서 해열제를 다시 하나 먹고 1시간 정도를 이불속에서 눈을 붙이고나니 체온이 조금은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어머님이 해주신 저녁을 아버지, 어머니, 와이프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김치찌게가 조금 매웠지만 돼지고기도 들어가 있고 해서 나쁘지 않았다. 애들은 오늘 학원에서 늦게 오는 날이라서 저녁을 같이 먹지 못했다. 

 

침대에서 한숨 자고 있었는데 막내가 영어 숙제를 해야 한다며 내방에 있는 컴퓨터를 켰다. 영어로 작문을 하는 숙제인데 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수정을 안 해줄수가 없어서 "막내야, 그래도 시제는 맞춰서 글을 써야 하지 않겠냐? 단수 복수는 구분하고, 블라블라... " 한참 숙제 도와주다 보니까 시간이 벌써 11시이다. 내일 9시 정도에 나오겠지? 오늘은 넷플릭스좀 보다 자야겠다. 늦잠좀 자다가 아침에 "결과보고 출근하겠습니다. 문자 때려 좋고.. ㅋ" 

 

넷플릭스를 보다가 열이 너무 많이 나는 것 같아서 열을 재봤다. 38.5도? 아 ㅆㅂ; 잠깐만 다른쪽 귀로 다시 재봐. 38.7도? 와 실화냐? 해열제를 얼른 챙여먹고 바지를 벗고 다시 잠을 청했다. 잠이 오지 않는다. 콧김이 너무 뜨겁다.. ㅠㅠ

겨우 잠에 들었다 깨보니 와이프는 출근하고 애들은 등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배고프다. 나도 일어나서 뭐쫌 먹어야 하는데.. 그래야 약도 먹고.. 일단 토스트를 하나하고 커피 물을 올려 놓고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데 휴대폰이 올렸다. 031-xxx-xxxx. 앵 ??? 031? 느낌이 쎄했다. 코로나 양성이면 문자가 안오고 전화가 온다고 했는데.. 혹시?

 

 

 

확진자는 죄인이다 ㅠ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XXX 선생님 되십니까?" "예 맞습니다만.."

"여기는 보건소입니다. 어제 코로나 검사하셨죠? 확진되셨습니다" "예??"

"가족들도 검사를 받으셔야 하구요, 지금 저희는 선생님 주소지 관할 보건소가 아니라서 관할 보건소로 이관을 해야하는데 그러면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가족들은 꼭 주소지 관할 보건소에서 검사를 오전중에 받도록 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럼 전 이후에 어떻게 되는 건가요?"

"예, 선생님은 집에서 격리하고 계시다가 가족들도 같이 확진될 확률이 높으니까 내일 결과 나오면 시설로 가시더라도 같이 가실 수 있으실 겁니다." "예 감사합니다."

"이후 동선 파악을 위해서 연락이 갈테니 협조해 주십시요"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제일 먼저 생각이 든 것은 스포츠센터에 운동하러 가신 어머니.. 

"엄마, 나 확진이래." " 뭐? 무슨 확진?"

"코로나 확진 빨리 집에와!" "코로나? 알았어."

 

그 다음은 와이프. 

"나 확진이래." " 뭐? 난 어떻게해? 애들은? 미치겠네. 주변에 코로나 검사 받으면 학교 보내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확진될줄 알았나? 빨리 학교에 전화해라." " 알았어"

 

"예 보건소 입니다. 동선파악을 해야하는데 손으로 쓰시는 것이 편하세요 아니면 타자가 편하세요?" 예 저는 컴퓨터가 편합니다." 

"그럼 이메일 주소 알려주시면 메일 보내드리겠습니다." 예 제 메일은...."

 

한 30분후에 와이프를 제외한 식구들이 전부 집에 들어왔다.

"엄마, 빨리 선별진료소로 가세요. 집사람은 그쪽으로 바로 간다고 했어요"

식구들은 전부 선별진료소로나가고 나만 집에 남았다. 

이제 뭔가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메일이 왔다. 증상이 있기 2일전, 그러니까 3일전 부터의 행적을 누구와 어디서 만났는지를 작성하라는 내용이었다. 만난 사람은 명확했다.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는 동료 10여명, 가족, 어제 점심 같이 먹은 상사, 우연히 카페에서 만나 동석한 상사... 식당에 간 시간과 카페에 간 시간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카드 계산한 시간을 적어야 한다. 어제 얻어먹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어제 같이 동행한 상사와 통화를 해야한다. 휴~~

통호전에 카톡을 보냈다. "저 확진입니다. 어제 점심먹은 곳 상호하고 계산 시간좀 알려 주십세요. ㅠㅠ"

"뭔소리냐?" 바로 전화가 왔다. "저 확진이래요, 어제 점심먹을때 까지도 멀쩡했는데 오후에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아서 혹시나 하도 검사 받았더니.. 선배님도 검사 받으셔야 해요.. 죄송합니다."

이 전화를 시작으로 사무실과 다른 상사, 애들 학교, 애들 학원에 여차저차하다는 전화를 모두 돌리면서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내가 죄송할 일인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코로나 걸린후 돌아다녔다고 손가락질 많이 했었는데 생각해 보면 어쩔수 없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코로나에 걸렸는지 확실하지 않고 그냥 아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검사를 받았는데 이것 때문에 애들을 학교를 안보내고, 집사람은 직장을 나가지 말라고 하는 것은 조금 그렇지 않나?  사실 메뉴얼은 코로나가 의심될 경우 식구들 전부가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서 격리하는 것이지만.. 이렇게까지 지키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점에 있어서는 메뉴얼을 따르지 않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코토나에 걸렸고 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아야 하고, 공간을 소독하기 위해 잠시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내가 미안한 것은 사실이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일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죄인이 되어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 걸린 죄인 ㅠㅠ

 

코로나 확진된 이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것을 느낄 것이 확실하다. 안걸린 사람은 몰라!!

관할구역으로의 이관

관공서는 관할구역이 나누어져 있다. 토로나의 경우 확진을 받은 선별진료소의 소재지과 확진자의 주소지가 다를 경우  확진자의 이후 감독은 관할 주소지로 이관이 된다. 이 경우 이관이 되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것 같다.  나의 경우는 사무실 앞의 진료소와 내 주소지의 진료소가 같은 시지만 구가 달라서 내가 살고있는 구로 이관하며 이 경우 약 1일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연락을 처음부터 받고 있었다. 

"그래 관공서에서 하는일이 절차가 있는거니까. 그리고 지금 확진자도 계속 많아지고.. 기다리라면 기다려야지.."

 

오전 중에 다시 젼화가 왔다. 

"혹시 어디서 전염되신 것인지 의심가는 곳은 있으십니까?" 제가 며칠전에 강남역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셨는데.. 왠지 그때 걸린 것 같습니다. 다른곳은 사무실 말고는 간곳이 없습니다."

"그러면 그때 만났던 친구분들과 갔던 음식점 상호를 알수 있을까요? 이 때 만난 분들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추적을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합니다."

"예, 친구 A" "연락처는요?"

 

친구 세명의 연락처를 모두 알려주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놈들 중에도 걸린놈이 있을까?

단톡방에 톡을 날렸다.

내가 확진됐으며 니들도 걸렸을지도 모르느 혹시 모르니까 검사를 받아보라고 이야기 하고, 

혹시 관공서에서 연락이 갈지도 모르니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다. 

조금 있으니까 보건소에서 연락 받았고 검사를 받으로 간다고 했다. 

 

이제 보건소에서 연락이 와서 나를 어디로 데려가기만 하면 되는구만.. 

열도나고 머리도 아팠지만 바쁘게 전화 통화하고 여기저기 연락하고 서류작성을 하느라 미쳐 아픈걸 느낄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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