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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내가 생물(돌연변이)을 연구하고 있는 이유 III (대학원은 필수!)

by MutaWo 2021.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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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두 번째 실수에서 전편이 끝났었는데..

보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멈췄다가 글을 몇 개 올렸더니 블로그에 사람들이 쫌 들어오는 것 같아서 마저 찌그려 볼려고. ㅋ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내 신분이 밝혀질 만한 내용들이 많아서 최대한 구체적인 지명이나 이런건 뺄거다.

 

IMF의 여파로 취직도 힘들어지고 동물원 대신 식물원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들어갔지 뭐야..

 

이런거 다들 한번씩은 봤을거야. ㅋ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대학원에 대한 농담들은 사실 실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흔히들 알고 있는 것 보다 더 심해. 지금 혹시 취직 못해서 대학원 간다는 사람 있을텐데..

그런 정신상태 가지고는 절대로 버틸 수 없다는 것에 내 손모가지를 건다.

 

지도 교수님도 여러가지 타입이 있는데.. 내 경우에는 주제 하나만 던져주고 알아서 하라고 하시는 아주 고마운 지도교수님이 계셨었음.

 

우리 지도교수는 느긋한??

그래서 좋았어. 혼자 하는 삽질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아주 잘 알게 됐거든..

게다가 실험실 선배는 자격지심에 쩔은 개똘아이였음. 나는 그나마 살살이처럼 굴어서 피해를 덜 봤지만 다른 여자 동기나 후배들은 매일 집합을 하니 매일 울고.. 매일 술 같이 마셔줘야 하고.. 지금 생각하면 진짜 지옥이 따로 없었음.

결과는 안나오고 매일 같이 헛짓거리만 하면서 2년 인생을 낭비하고 있었더니 인자하신 지도교수님께서 너 졸업 못하는데 박사하면 졸업 시켜줄게기술을 시전하셔서.. 그래 인생 4년 더 낭비해 보자하고 덥썩 미끼를 물어 버렸어..

그렇게 허송 세월을 1년을 더 보내다가 (아 완전히 허송 세월은 아니었네.. 그때 여친 만나서 결혼했으니까.)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됨.

 

실험실에 새로 온 포닥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진짜 내가 하고 싶어 했던 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이었어.

진짜 내가 원했던 돌연변이 식물원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었지.

이 분과 함께 4년여를 미친듯이 고생해서 내 인생 첫 논문을 그럭저럭 좋은 저널에 낼 수가 있었고 이후 줄줄이 논문들이 나오면서 내 의미 없다고 생각 했던 시간들, 친구를 못 만나서 자따가 된 것, 애가 태어나도 육아를 도와주지 못했던 죄책감 등을 보상 받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지.

 

꼴에 논문 좀 내고 하니까 해외 포닥이 가고 싶어서 백방으로 노력하다가 아주 좋은 해외 대학으로 가게 되었음..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음.

나는 진짜 고등학교 졸업하고 영어 공부를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상태였는데.. 외국이라니.. 영어라니.. 아직도 식구들 달고 이민가방 매고 공항에 내린 그날이 생생해.

어찌어찌 해서 해외에 4년도 넘게 있을 수 있었지. 처음에는 꼭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마누라를 집에 놔두고 실험실에서 매일 밤을 새서 연구를 하다가 다시 한번 인생에 전환점이 찾아 왔어.

사실 생각해 보면 이때까지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만 좋은 그놈에 돌연변이 식물원을 위해서 온 인생을 다 바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와이프가 심하게 아픈거야.. 이건 뭐 해외에서 너무 힘들었지.. 니들도 우리나라에 있는 외노자들한테 잘해줘야 한다.. 이사람들 너무 힘들어..

 

그래도 내가 간곳은 선진국이라 이런 환경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주 힘들었는데.. 우리나라 외노자들은 참.. 

 

아무튼 인생을 사는 이유가 송두리째 바뀌었어. 내가 이거 해서 노벨상을 탈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을 엄청 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나 하나 좋자고, 전세계에 관심 있는 사람 100명이나 될라나? 하는 일을 하면서 내 바로 옆에 있는 내 반쪽을 아프게 하다니.. 내가 아프게 한 건 아니지만 죄책감이 드는 것을 어쩔 수가 없더라고.. 이때 부터는 연구는 널널하게, 집에 있는 시간을 늘리면서 생활을 했지. 그랬더니 연구는 잘 안되더라고..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지.

 

 

포닥의 운명은 뭔지 알아? 교수가 안되면 영원히 포닥이야.

교수는 어떻게 될까? 연구실적, 학벌, 나이, 운빨등이 복합적으로 한순간에 나한테 와야 될 수 있는거야. 특히나 생명공학에서는 더욱더..

나는 실적도 그냥 그렇고, 학벌고 그냥 그렇고, 나이는 많고 운빨은 전혀 없는.. 될 수가 없는거야.. 테크트리의 마지막이 눈앞인데.. 

그래도 마지막을 불태우기 위해서 한국으로 돌아왔어.. 논문을 진짜 매해 3-4개씩 냈지만 아직도 포닥이야.. 포닥 연봉 알아? 대학교 졸업해서 대기업 가는 사회 초년생보다 못받는다고 생각하면됨. 나이들어서 애들도 커가는데 삶이 참 팍팍하지 ㅠㅠ

 

그래도 나는 행복하네. 상위 20%에는 들겠구만 ㅋ

그럼 왜 아직까지 이거하고 있냐고? 다음편에 나올 진짜 이야기를 기대하시길.. 

 

PS. 포닥 연봉 검색으로 이글에 유입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그래서 포닥연봉 관련 포스팅을 해봤습니다. 

 

포닥 연봉? 한줄로 알려드립니다(feat. 쁘걸)

앞에 포스팅에서 포닥때 연봉 이야기를 조금 썼더니 포닥 연봉으로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요즘 해외포닥 연봉이 어떤지 한번 찾아봤습니다.

plbiol22.tistory.com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 : 포스트 닥터(포닥)의 연봉 늘리기(feat.개인연구지원

포닥은 지도교수의 아바타인가? 국내 대학원에 다니고 계시는 분들 혹은 대학원에 가서 전공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포닥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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