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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의 생활치료센터에서의 생활 [D-day]

by MutaWo 2021.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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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경기도인데 대전까지 간다고?

오늘은 일요일. 일요일에는 공무원이 일을 안할테니까 오늘도 생활치료센터가기는 글렀구나 라고 생각하고 기상했다. 

나는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서 애들 어떤지 물어봤더니 기침하고 열이 조금 난다고 했다. 왠지 기분이 싸하다. 코로나 아닐까? 오늘은 검사도 못받는데...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배는 고프지만 음식은 아무 맛이 없는 아주 어이없는 경험을 했다. 

9시경에 전화를 받았다. "오늘 생활치료센터로 가시게 되는데 문자 받으셨죠?"

"아니요, 문자 못받았는데.." "아 그러세요, 문자 다시 보내드릴테니 그대로 준비하시구요, 집앞 도착 15분전쯤에 연락드릴테니 그때까지 준비하세요. 저의 직원들이 집에 올라가서 방호복 입혀드리고 내려올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불편하시고 주민분들도 불편하게 생각하실테니까 계단으로 내려오셔서 바로 저희 차량에 타시면 분제 없을 것 같습니다. 마스크랑 비닐장갑 착용하시구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디로 가는지 알수 있을까요?" "예 대전에 KT생활치료센터로 가게 되십니다"

"대전이요? 그렇게 멀리?" "저희 지역에는 빈자리가 없어서.. 전라도로 가시는 분도 있으세요.."

 

대전이라니.. 휴..

 

 

[Web발신]
안녕하세요?
XXX보건소 감염병대응팀입니다

귀하는 오늘 대전 KT생활치료센터에 가실 예정입니다

치료센터 입소 시 가지고 가는 물품 버려도 되느냐 안되느냐를 기준으로 챙겨주세요.
입고간 물품(옷, 신발, 가방, 현금 등)은 퇴소 시 전부 소각합니다.
버려도 되는 걸로만 챙겨주세요.

☆짐 준비시 가방이 아닌 종이백이나 비닐봉투에 담아오세요.
- 생활복 2~3벌, 속옷
- 기본적인 세면도구, 수건 등은 제공되나 부족할 수 있으니 여분 챙기셔도 됩니다.
 (※완주/문경 생치 및 병원 입원은 세면도구 챙겨가야 함)
- 신분증, 신용/체크카드(현금 지참 불가)
- 핸드폰, 충전기
- 드시던 개인약(2주치)
- 신고가신 신발 또한 나올 때 폐기될 수 있으니 가급적 슬리퍼 등 착용
- 태블릿 피씨, 노트북은 가져오실 수 있으시나 소독 후 고장이 날 수 있습니다. 보건소나 생치 측에서는 책임지지 않으니 감안하여 주세요. 소독 후 완전히 말리고 사용해주세요.
- 여성의 경우 필요시 여성용품 챙겨주세요. 
★퇴소복: 퇴원 2~3일전 생활치료 센터로 택배로 보내시거나 불가 시 생활하실 물품과 별도로 분리하여 비닐봉지로 2~3중 밀봉 포장해서 지참 =>챙길물건: 옷, 속옷, 신발 등 퇴소시 입을 옷
★입소 전 앱설치 미리 부탁드립니다. 
 
퇴소 후 자택으로 복귀하실때는 보건소에서 이송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지인께 부탁하시거나 신용카드를 챙기셔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자택으로 오시길 바랍니다. 단 격리 기준일(10일 미만) 보다 조기 퇴원 시 ‘예방접종 2회 완료 2주 경과자’가 운전하는 차량을 이용 또는 방역 택시를 이용하여 집으로 귀가 하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구급차를 타고 내려오실때 가급적 계단을 이용하여 주시고 부득이하게 엘리베이터 사용시 타인이 절대 탑승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마스크, 비닐장갑 필수)

금일 출발 예정시간은 11시30분~12시 경입니다. 
이송차량 스케쥴 정해지는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위와 같이 문자가 왔다.

 

버려도 될만한 옷을 찾기 시작했다. 며칠이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래 있게 되면 그냥 거지처럼 지낼 생각으로 늘어난 팬티, 자꾸 벗겨지는 두꺼운 양말,  목늘어난 티셔츠, 발샘새가 밴 털신등을 챙겨 넣었다. 심심하지 않기 위해서 노트북도 챙기고, 충전기를 챙겼다. 휠이 고장난 마우스도 하나 챙겼다. 머리 감기 귀챦아서 모자도 쓰고.. 

갈때 추울수도 있으니 패딩 입고 가야지. 바싸게 주고 산거기는 하지만 10년 입었으면 뽕뽑고 남았다..

 

올때 입을 옷도 챙겼다. 

이건 그래도 버릴 정도의 옷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래된 옷을 챙겨서 비닐로 여러번 밀봉을 하고 전화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KT생활치료센터를 검색해봤다. 생활치료센터로 사용된지 얼마 안되서 블로그 글이 별로 없다. 여기 연수 받으로 온사람들 글이 조금 있었는데.. 와이파이가 잘 안된다는 글이 많았다. 

뭐? KT 연수원으로 쓰던 곳에 와이파이가 안된다고? KT는 뭐하는 회사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11시 반에 전화가 왔다. 15분 후에 도착이란다. 5분전에 집에서 나왔다. 식구들과 떨어져서 최소 일주일은 있어야 하는데.. 이런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밖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어떤 가족이 시끌벅쩍하게 주차장으로 나온다. 아마도 외식을 하러 가는 모양이다. "와! 오늘 날씨 정말 좋다." 라고 그집 딸이 이야기 한다. 나는 죄지은 사람처럼 구석으로 몸을 숨기며 하늘을 쳐다 봤다. 하늘은 엄청 파란데 난 집에서 가장 거지 같은 옷과 10년된 패딩을 입고, 집에서 신는 털 쓰레빠를 신고, 더러워 모이는 모자를 쓰고 구석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내가 졸라 찌질해 보였다. 

 

딱 시간에 맞춰서 스타렉스 한대가 도착했다. 재빨리 차에 올라탔다. 나말고 3명이 더 타고 같이 대전으로 간다고 한다. 어디론가 한참 가서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니 여자 아이 둘과 그 엄마 이렇게 세명이서 차에 탔다. 여자들이어서 그런지 옷도 나처럼 거지 같지 않고 가방도 여행가방을 가져왔다. 나는 비닐 쇼핑백에 가져왔는데..

 

 

드디어 생활치료센터 입소!!

 

2시간여를 최상으 승차감으로 고속도로를 달려 마침내 KT생활치료센터에 도착.

도착하니 앱을 하나 깔고 이것저것 신상 확인하고 체온 측정, 혈업측정, 흉부 X-ray등을 측정한 후 방 배정을 받고 드디어 방문을 여는 순간.. 어 나쁘지 않네. 2인 1일. 

2인 1실에 각자 침대, 책상 있고 화장실 방안에 있고 뭐 적당하다.  커피포트도 하나 있었고, TV도 있고 방안에 셋톱박스도 있고 와이파이 공유기도 있고.. 빨래 걸이도 하나 있고.. 

방에 들어서자 마자 룸메 아저씨가 나를 반긴다. 자기도 지금 막 왔다면서 물품을 나누고 있었다. 

물품은 비누, 빨래비누, 면도기, 커피믹스 한박스, 녹차 한박스, 수건, 물티슈, 치솔, 치약, 종이컵... 있을건 다 있었다. 

 

아침 대충먹고 왔는지라 조금 출출했는데 밥을 안주는거 보니까 점심은 거르는 것 같다. 

같은 확진자 동지인 룸메아저씨와 한참 이야기 하다가 보니 배가 더 고파져서 차라리 잠을 자고 싶었지만 이 아저씨는 완전 토커티브임.. 자전거 국토 대장정을 한 세번한 후에야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방송이 나온다. 밥 문앞에 놓을테니까 방송 나올때 까지 절대 가져가지 말고 가져가도 된다고 방송하면 문만 빼꼼 열고 밥 가져가라고 한다. 

 

밥을 받았다. 나쁘지 않군.. 미각은 없지만 배가 고팠기 때문에 싹싹 비웠다.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음. 비록 미각은 없지만 맛있다고 생각하고 먹기에 딱 좋은 구성처럼 보임.ㅎ

식사후엔 커피 한잔의 여유.. 커피포트고 있으니.. 룸메아저씨가 커피타라고 자기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나를 주었다. 나는 이 숟가락을 받은 이후 커피 셔틀이 되었다. 하루 세끼 식후에 커피한잔씩.. ㅎ

 

벌써 지루하다.. 

와이프와 톡을 좀 하고 친구들과 내 입소를 안주 삼아 노가리를 조금 풀고.. 

사실 이곳에 치료를 목적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고 격리를 목적으로 보내는 것일텐데... 

격리에 이렇게 많은 노력은 들이는데 확진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 

위드코로나 시작전에 조금 더 많은 준비를 했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조금 든다.

처음부터 이런일이 있을것이란 것을 상정하고 조금 더 빠른 대체를 했더라면 확진자 증가를 조금은 더 낮출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생활치료센터에 들어왔으니 포스팅이 끝날 것으로 생각 했다면 노노!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날 정도로 나는 재수가 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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